10/성도재일법회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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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와 표충사-10 / 성도재일 법회


 



성도재일 법회


오늘은 성도재일이다. 한국불교에서는 성도재일을 음력으로 납월 8일에 봉행한다. 남방불교에서는 웨삭이라고 해서 음력 4월 15일에 탄생 성도 열반을 같은 날에 기념한다. 아마도 음력 4월 15일로 탄생 성도 열반일이 정해진 것은 인도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중국 권에서는 탄생일은 음력 4월 8일에, 성도는 납월(12월) 8일에, 열반일은 음력 2월8일에 봉행한다. 이런 날짜는 지역에 따른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1: 학눌 효봉 대선사와 정석 경봉 대선사 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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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에서는 부처님 탄생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불교의 명절하면 오직 부처님 오신 날이다. 국가에서도 석가탄신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할 정도로 부처님 오신 날은 한국 불교에서 최대의 명절이다. 주지로 부임한지도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가능하면 법회도 자주하고 불교명절도 제날짜에 챙겨서 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으로써 신도님들과 소통하고 불교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최대한 애쓰고 있다. 그동안 표충사에서는 하지 않았던 송년 타종식이니 성도재일이니 하는 행사를 하려다보니 사중의 대중들도 신도님들도 갑자기 적응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불교 행사를 자주 함으로써 불교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나의 입산 본사인 통도사 극락암과 표충사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고 한다. 통도 극락암은 내가 중이 된 절이다. 당대의 선지식 경봉대선사 문하에서 중이 된 것을 참으로 행운으로 생각한다. 등하불명이란 말이 있듯이 큰스님 문하에 있을 때는 스승의 빛이 얼마나 큰지를 정말 몰랐었다. 이제 스승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지만, 스승문하에서 10년간 수행하면서 훈도를 받았던 것을 하나하나 복기해 보니, 한 순간이라도 지나칠 수 없는 큰 가르침이었음을 이제야 절실하게 뼈 속 깊이 느끼고 있다. 지금 표충사 주지소임을 보면서 효봉 대선사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효봉 대선사님의 사리탑이 이곳 표충사에 봉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충사에 와서 알게 된 사연이지만, 은사이신 경봉 대선사와 조계종 초대 통합종단 종정을 역임하신 효봉 대선사가 도우로써 인연을 쌓으면서 법거량(法擧量)을 하시고 한국불교를 위해서 노력해 오신 것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곳 표충사 주지로 온 것도 큰 인연이라고 믿는다. 


효봉 대선사가 어느 날 밀양 영남루를 찾아서 남긴 시한 수를 소개해 보면,


밀양 영남루


허공의 누각 위에 나 홀로 앉았으니(독좌허공루)

온갖 풍광이 눈 아래 들어온다.(통광안하수)

가슴 속에는 우주를 간직하고(흉중장우주)

손바닥 위에는 춘추를 나타내네.(장상현춘추)

사람이 정직하면 언제나 말이 없고(인직상무어)

물이 잔잔하면 흐르지 않는다.(수평고불류)

석양에 고기 낚기 이미 마치고(석양수조파)

달 밝은 갈밭에서 두루미와 함께 노네.(농학월노주)

신묘 1951년 7월 15일 


효봉 대선사의 선시이다. 선지가 돋보이는 시이다. 재약산은 아마도 금강산과 닮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만년 입적 직전에는 이곳 표충사 서래각에서 몸을 맡겼던 것이다. 


효봉 대선사가 표충사에서 열반에 드셨을 때, 경봉 대선사는 만사를 다음과 같이 지었다.


만사

<경봉:영취산 통도사 극락호국선원>


아침 해가 떠오르니 봉우리에 구름 걷고(효일승공운산봉)

세상은 변함없는 옛날의 모습이네.(건곤불변구시용)

종사께서 보인 원적 지금 이와 같으니(종사시적금여차)

향 사르고 차 달이며 또 한 노래 부르네.(향열다전우일송)


나는 우리 종문의 제1의 종장들께서 읊으신 게송들은 하나 같이 수십 년 각고정진의 주옥같은 보석들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또 읽고 음미하면서 두 대선사님의 법문에 귀 기울여 본다. 이렇게 성도재일을 맞이해서 큰 스님들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남기신 말씀을 다시 새기는 것도 성도재일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표충사 성도재일 철야법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 불교의 모든 법회나 행사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신도님들과는 소통이 안 되는 스님들 위주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되다보니 상호의사 전달과 소통에 다소 문제점이 없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철야정진 법회 중에 성불도 놀이를 했다. 신도님들도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사진2: 표충사 시민선방에서 스님과 신도님들이 함께 성불도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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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존재의의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사부대중을 위해서 존재한다. 불교의 시작은 고오타마 싯다르타의 ‘세상은 고해’라는 철학적 구도의 열정에서 시작되고 출가를 통한 설산고행에서 무상대도를 성취함으로써 불교란 종교가 성립되었지만, 교단이 성립되고 난 다음에는 출가대중과 재가대중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