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포교는 불교의 생명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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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생명은 포교에 있다. 출가자들에게는 수행이 우선 중요하지만, 재가불자들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불교의 사찰들은 거의가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례 위주의 불교로 정형화되어 있는데, 개선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또한 하루아침에 이런 틀을 깨고 변화시키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



사진1. 통도사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표충사를 방문해서 주지스님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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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려면 사찰에서 획기적인 계획과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출자가수도 감소하고 있지만, 불교신도 수 또한 많이 줄었다는 통계이다. 표충사 같은 사찰은 비교적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편이어서 찾아오는 이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전략을 세우고 있다.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책자 한권이라도 주는 불교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주지 혼자 사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삼직 스님들과  분담해서 해야 하는데, 본사가 아닌 말사에서의 사찰운영의 구조상 이 또한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



 




사진2: 표충사 설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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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는 본사 급 수말사의 규모이다 보니, 전각이 많다. 더욱이 호국성사 사명당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일종의 사당이 있어서 사찰의 규모는 본사 급에 맞먹는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포교사와 청년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사찰에서도 이 설법전을 적극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불교교양대학이나 교리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신도님들이 법당 뿐 아니라 설법전이나 시민선방 등에서 교리도 공부하고 참선 같은 명상수행도 해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하려고 기획을 하고 있다. 모든 사찰업무를 주지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함께 할 수밖에 없는데, 사찰운영도 현대적 경영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내가 절에 들어 올 때만 해도 절에서 농사를 지었다. 밭에 가서 일하고 논에 가서 모심고 벼 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런 농사짓는 일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시대에서 스님들은 보다 수행 포교에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농일치(禪農一致)의 근본 사상에는 동의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적합한 구호일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산업화와 첨단과학시대에는 사찰도 시대에 적용되는 불교를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조계종은 전통성이 강하다보니 일조일석에 모든 형식과 사찰의 경영 스타일을 금방 바꿀 수는 없지만, 그러나 빠른 시일 안에 개혁하고 시대에 응용되는 불교로 전환하지 않으면 텅빈 공간으로 남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표충사는 오로지 호국의 성사이신 사명대사와 관련된 사찰이다. 가능하다면 사명성사와의 연결 속에서 표충사는 존재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포로들을 송환하기 위하여 담판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소회를 읊은 시 한수를 소개해 보자.



 



일본에서 홀로 앉아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서



 



나그네가 해를 지내니 선시 읊기 더욱 괴로우니

완하(浣河)에 비가 내리니 봄비의 물이 깊음이로다.

푸른 소나무 방장실에 돌아갈 뜻이 있는데 

푸른 하늘 저문 구름에 아득한 마음이 생김이로다. 

혜초 장막에 향을 피우고 산은 어두움에 묻히고

학(鶴)의 소리에 꿈을 깨니 비로소 달이 잠김이로다.

이에 성수(聖壽)의 천추를 빌던 일을 생각하니

완하(浣河)에 비가 내리니 봄비의 물이 깊음이로다.



 



爲客經年益苦吟 五臺頻憶閉東林

仍思祝聖千秋事 雨過 浣河春水深

蕙帳焚香山欲暝 鶴聲回夢月沈沆  

仍思祝聖千秋事 雨過 浣河春水深



 



왜국의 하늘 아래서 포로로 잡힌 백성을 데리고 가야 하는 사명대사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불승(佛僧)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고 꿋꿋히 앉아 있는 선사의 풍모가 그대로 느껴진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