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 《표충사제영》과 《사명당대사집》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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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제영》과 《사명당대사집》


시간이 지날수록 표충사는 간단한 사찰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단위 사찰로써 이렇게 많은 유물과 서책이 전해지는 사찰도 흔치 않다고 본다. 조선시대 유생들의 멸시와 박해에도 불구하고 표충사는 비교적 자료가 많은 것은 사명대사란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표충사제영록》은 송운대사의 법손인 남붕 스님이 《분충서난록》의 원고본을 조정의 대신 각료들에게 보이면서 제영(題詠)을 청한 것이다. 사명대사의 충의(忠義)를 기리기 위하여 150여명의 대신각료들의 송축시(頌祝詩)들이다. 내용은 칠언율시(七言律詩)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1: 표충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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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첫 번째의 운(韻)은 명(溟), 경(鯨), 영(靈) 병(幷), 성(腥)으로 우의정 송인명(宋寅明) 등 69명이나 되는 각료들의 송축시이다. 두 번째의 운은 망(茫), 항(航), 장(長), 장(章)으로 이조참판 윤봉조(尹鳳朝) 등 32명의 대소 신료들의 칠언율시의 송축시이다. 세 번째는 연(年), 선(船), 천(天), 선(禪), 연(緣)을 운으로 교관 이천보(李天輔)를 필두로 28명의 신료들이 사명당을 기리는 송시이다. 네 번째 시운은 제(際), 사(師), 지(知), 기(奇),지(枝)인데 23명의 홍유석덕들의 송축시들이다. 이 송축시에는 시들을 짓게 되는 동기를 밝히는 서술적인 제목이 많아서 당대의 사정을 아는데 좋은 정보가 되고 있다. 남붕이라는 한 스님의 노력으로 이렇게 많은 조정의 대신괴 신료들의 송축시들을 받아서 《표충사제영》이라고 명명하여 《분충서난록》과 함께 표충사에서 간행했고, 지금도 이 책판은 표충사 박물관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나는 통도사 출신이기에 주지 소임을 맡기 전에도 표충사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소임을 맡고나서 손님들이 오시면 공적 비공식적으로 박물관에 안내하면서 이런 유물들을 접하게 된다.


《사명당대사집》은 사명대사에 관한 1차 자료이다. 이 책은 목판본으로서 1.서문 2. 사명대사집 3. 본문 7권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예 문집에 붙이는 이름은 대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사명대사 문집은 사명집, 사명당집, 새명당대사집인데 허균의 서문에서 《사명집》이라고 하였고, 이 책의 권두내제(卷頭內題)는 《사명당대사집》이라고 되어 있다. 《사명당대사집》의 내용편차(內容編次)와 문체분류(文體分類)를 보면, 그 형식은 주자문집(朱子文集)의 편찬을 모방한 것이다. 주자문집의 형식을 따르는 것은 한문화권에서는 철칙처럼 되어 있다. 대개 우리나라 유명인들의 문집의 내용분류는 다음과 같은 것이 일반적이다.


시부류(詩賦類): 생의 정서적 운치와 감흥을 노래 한 것들인데 이는 운문이기에 그 저자의 문학세계와 시적 표현력을 가늠해 보는 자료가 된다.


서독류(書牘類=편지): 생활의 실용 때문에 쓰인 편지 같은 것인데 흉금을 열러 놓는 편지들이어서 당시의 세태가 함의되어 있을뿐 아니라 학문적인 심오한 이론과 토론도 있어서 철학 문학 사회 인정 풍속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주소류(奏疏類=상소): 정사(政事)에 대한 의견을 개지한 글들인데 역사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서발기류: 사실 기록의 성격을 지닌 산문들인데 이는 사실 기록의 수필이다. 때문에 사실 기록이라는 사실성 이외에 문학적 향훈이 있는 것도 있다.


잠명송찬류: 자기를 다지기도 하고 남을 칭송하는 글들인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귀감이 되는 잠언이나 명문 또는 남을 찬미하는 것이며 이는 운문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애제류(哀祭類):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나 제문 같은 것을 말하는데 이승을 떠나 죽은이에게 산 사람이 주는 글이기에 진실된 정곡이 많아서 자못 감동적인 것이 많다.


전장비지류: 죽은이의 행장이나 묘지 묘갈명 등의 글인데 사람의 일사를 적은 글이어서 인물 연구에는 빼어 놓을 수 없는 자료가 된다.


잡저류(雜著類): 문체분류를 하기에 애매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서 주로 개인의 독특한 저작을 여기에 분류 편입한다.


사진2: 동국대출판부에 나온 사명당대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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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사명당대사집》의 내용편차는 다음 순서로 되어 있다. 사(辭) 율시(律詩) 절구(絶句) 게(偈) 잡문(雜文) 잡체시(雜體詩) 등 6부분으로 분류하였다. 물론 사명대사가 남긴 유문이 주로 시였고, 산문 부분은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산문들을 잡문이라는 항목으로 처리 한 것을 볼 수 있다. 호국사찰 표충사가 자랑하는 구국의 성사 사명대사에 대한 자료를 연구 분석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주는 일도 하나의 포교라고 생각하여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사명대사의 업적과 충훈을 널리 홍보하느냐 하는 것도 주지의 의무라고 본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