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경봉대선사 법어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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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대선사 법어





사진1: 경봉대선사 법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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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 사형께서 은사이신 경봉대선사님의 법어집을 발간해 오고 계심에 항상 감사드리고 존경심을 표한다. 큰 스님들의 법어집은 두고두고 봐도 지치지 않는 계곡 물과도 같은 보배로운 존재이다. 산소와도 같은 신선함을 주는 것이 큰 스님들의 법어이다. 이번 동안거에 서래각 선원에 앉아서 은사스님과의 인연을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래서 은사스님의 말씀이 담긴 법어집을 보다가 혼자만 읽기가 너무 아쉬워서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법좌에 오르기 전 소식>



 



법좌에 올라 대중을 한 번 둘러보고 이르시기를,




“설법은 말과 글을 의지해서 하는 것도 있고 말과 글을 떠나서 하는 것이 있는데 참으로 적실한 설법은 종사(宗師)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 한걸음 두 걸음 걸어 나와 여러분 앞에서 눈으로 한 번 둘러보고, 여러분들은 종사의 얼굴을 한 번 보는데 다 들어있고, 눈과 눈이 마주치는데 도(道)가 있는 것이다.



 



말과 글로써 법문을 듣는 것을 다문(多聞)이라 하고, 말과 글을 떠나서 여래의 비밀장(秘密藏)을 아는 것을 구족다문(具足多聞)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비밀은 남이 모르게 몰래 숨기는 것이지만 부처님의 비밀장은 화반탁출(和盤托出=쟁반채로 내놓다: 있는 대로 다 남의 눈에 뜨이게 하다)로 여러 사람 앞에 드러내 보여도 모른다.



 



종사가 자리에 오르기 전에 좋은 소식이 있고 종사가 무슨 말을 하려는고 하는 여러분의 그 한 생각 일어나기 전에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 자리가 곧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곳이요 모든 부처님이 열반에 드는 곳이다. 오늘은 석가탑에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는 날인데 부처님은  모시지 않았다.



 



오늘 이 종사는 여러분들에게 각자 자기를 찾아 자성(自性) 부처님을 발견하여 봉불식(奉佛式 )을 해야 하고 사람마다 사리가 있으니 이것을 봉안하라고 권한다. 석가탑에는 부처님의 사리만 봉안했지만 여러분에게는 산  부처가 들어있어 오고 가는데 아주 편리하고 자유자재한 것이다.“



 



주먹으로 허공을 치며 할(喝) 한 번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경봉스님 말씀>에서



 



법문을 타이핑하면서 다시 읽으니 은사스님을 앞에서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주지소임도 좋지만 수행정진 잘하라는 경책으로 받아들였다




사진2: 경봉 노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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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노사는 글씨에도 능했지만, 달마도 또한 일가견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스승께서는 스스로의 얼굴을 그렸다. 달마대사 같기도 하고 경봉 노사 같기도 하는 그런 그림이다. 아마도 달마와 경봉 노사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그런 일심동체의 그림이다. 은사스님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즐겨 말씀하시고 붓글씨로 쓰시곤 하셨다.



 



고기는 천 강물에 뛰놀고

龍騰萬里雲

魚躍千江水

龍騰萬里雲



 



영축총림통도사 방장이신 지종원명 대종사께서는 이 글귀를 즐겨 쓰시고 납자들이나 불자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경봉 노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