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시민선방과 선원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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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선방과 선원



 



최근 절집 문화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과거의 구습을 끝까지 고수하는 사찰이 있는가 하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처하여 변하는 사찰이나 단체 또한 숨 가쁘게 돌아가기도 한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불교에서 특히 변화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선 수행이다. 전에 같으면, 일반 재가 불자들이 선방에 앉아서 참선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부의 사찰에서는 선방을 개방하고 있다. 총림이나 전통 있는 몇 곳의 선원을 제외하고는 재가 불자들에게도 참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표충사에도 시민 선방이 있다. 예전에 스님들이 많이 계실 때는 대중 방이 필요했다. 대중 방에서 공양도 함께 하고 잠도 같이 자는 그런 공동 숙소 겸 수행공간이었다. 우리가 절에 들어 올 때만 해도 큰 방에서 함께 생활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도 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격세지감이 든다.




사진1: 표충사 시민선방 죽원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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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젊은 출가자들은 옛날식의 대중 방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들 귀하게 자라서인지 이런 공동체적인 문화에 약하다. 하지만 몇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나 절에 들어오는 행자는 이런 공동체적인 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큰 방에서 숙식도 공부도 하는 그런 식이었다. 남방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나 동남아시아의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 가보면 비구계를 받자마자 ‘쿠티’라고 해서 개인 방을 준다. 처음부터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 준다. 그렇지만 공동체에서의 지켜야 할 규칙은 엄격하게 지킨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옛날부터 대중방 문화란 것이 있어서, 큰 방에는 동서남북으로 좌석이 지정되어 있다. 큰 방은 대개 소형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데, 이 불상을 기준으로 해서 바로 불상 밑에는 오관(五觀=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관찰)이라고 해서 이제 갓 들어온 행자나 사미들이 앉는다. 맞은편에는 청산 백운 자리이다. 청산(靑山)은 주지스님이 앉는다. 백운(白雲)은 객스님이 앉는다. 동서로는 삼합(三緘)이라고 해서 사찰의 삼직스님들이 앉는다. 반대편에는 지전(持殿)이라고 해서 노전 스님과 부전 스님이 앉는다. 노전(爐殿)은 불전 의식을 주관하는 의례담당자 스님으로 범음범패(梵音梵唄)에 능한 스님을 말한다. 부전은 노전 스님 밑에서 보조역할 하면서 전각(殿閣)을 담당하여 조석예불을 주로 주관하고 큰 의식이 있을 시에는 노전의 보조로서 의식거행에 역할을 맡는다. 주지스님이나 조실 스님이 앉는 자리는 청산인데 이것은 그 절에 상주하면서 절의 주인 노릇을 하는 분들이기에 청산이라고 한다. 청산은 움직이지 않기에 이름을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사진2: 남방불교 스님(비구)들의 쿠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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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은 구름이기 때문에 움직이고 흩어져서 사라진다. 그러므로 객스님(나그네) 자리는 백운이라고 한다. 삼함은 총무 교무 재무 스님 등 사찰의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자 스님들을 말한다. 삼함이란 신구의(身口意=몸ㆍ입ㆍ뜻)을 삼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개 절의 큰 방에 가면 글귀를 붓글씨로 크게 써서 벽면에 붙여 놓는다.



표충사 큰 방 이름은 죽원정사(竹園精舍)이다. 원래 표충사의 옛 이름은 죽원정사였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죽원정사는 지금 표충사가 있는 뒤편의 대밭에 있었다고 한다. 불교의 최초의 사원 이름이 죽원(죽림) 정사였다. 고려시대에는 영정사라고 불렀다.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서 표충사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엣 사명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큰 방 이름을 죽원정사라고 현판을 붙인 것이다. 이런 유서 깊은 방을 시민선방이라고 해서, 재가불자님들에게 개방하여 명상도 하고 경전도 보고 차도 마시는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님들은 바빠서 절에 와도 절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기도가 끝나면 점심 공양이나 하고 바로 집에 가기가 바쁘다. 한국의 산중사찰들은 지금 과도기적인 과정을 겪고 있다.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아직은 원활하지가 않지만 거의가 마이카 시대에 살기 때문에 산중 사찰에 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중 사찰의 건축 양식과 가람배치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 신도님들이 친근감을 갖고 신행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시민선방은 참선만 하는 공간이 아니고 불교문화를 접해서 뭔가 마음 닦는 데에 도움이 되는 그리고 힐링이 되는 그런 장소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