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과 호국성지 표충사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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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과 호국성지 표충사


 


주지로 부임하기 전에 표충사에 몇 번 와 본적이 있었지만, 백일홍 나무들을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막상 1년을 살다보니 드디어 백일홍 꽃을 보게 되었다. 백일홍은 두 종류가 있는데,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인 백일홍이다. 꽃이 피어 있는 화기(花期)가 길어 백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인데, 높이는 60∼90㎝이고 잎은 마주난다고 한다. ‘꽃은 두상화서(頭狀花序)로 줄기 끝에 달리는데, 색은 여러 가지이며 6~10월에 걸쳐 계속 핀다. 꽃의 색이 다양하고 피는 기간이 길어서 관상용 원예식물로 알맞다.’라고 백과사전에 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백일홍은 사전적 풀이를 해 본다면, ‘부처 꽃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소 교목이며 한자어로는 자미화(紫薇化)라 하며, 개화기가 길어서 백일홍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국화과 식물에도 있으므로 구별하기 위하여.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잎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이고, 꽃은 7∼9월에 피며 홍색 또는 백색이다. 개화기가 길고 꽃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라는 설명이 붙는다. 내가 말하는 백일홍은 배롱나무 백일홍이다. 우리 표충사에는 이 백일홍 나무가 열 그루 정도가 있는데, 지금 한창 꽃을 피워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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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만일염불정진대회 참가자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 하면서 백일홍 꽃이 만발한 나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아침 예불을 하러 가거나 마치고 나면 나를 반겨주는 백일홍 나무들은 속삭인다. “꽃 좀 보세요.” 라고 아우성이다.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서로 다투면서 자기를 봐 달라고 야단들이다. 물론 나의 상상력에 의한 백일홍 나무와 꽃들의 속삭임이지만, 어쩐지 기분 좋은 아침이다. 이런 느낌은 하루 종일 나를 즐겁게 하고 힘이 솟게 만든다. 더욱이 백일홍은 배롱나무로서, 부처 꽃과에 속한다는 생물학상의 분류이다. 어떤 꽃들이 부처 꽃과에 분류되는지는 더 알아 봐야 하겠으나, 백일홍은 부처 꽃과에 속하기 때문에 절 마당에 이렇게 여러 그루를 심어 놓은 것 같다.


 


사찰에서는 건물 하나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고, 나무 한 그루에도 이런 오묘한 뜻이 포함되어 있다. 절간에서 살고 있는 스님들이나 수시로 드나드는 신도님들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사찰은 이처럼 의미가 심장한 선불장(選佛場)이다. 지금 표충사에서는 백중기도를 봉행중이다. 주지 부임이후, 1029일 호국영령 고혼 및 조상천도 법회를 매주 봉행해 오고 있다. 지금은 백중기도 또한 함께 봉행하고 있다. 은사스님은 선객이었지만 염불도 무시하지 않으셨고, 주지 소임 등, 사판 일에도 밝으셨다. 이사겸전의 산승이셨는데, 아무래도 영향이 컸던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나라 절들은 일종의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뭔가 활로를 찾지 않는다면 사찰운영 관리하는데도 힘든 시절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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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표충사 우란분절(백중) 기도 현수막.


 


요즘 절 업무는 너무 바쁘고 종사원들 또한 많이 필요로 한다. 한국사원들은 어떻게 보면 수행하고 포교 위주의 불교 사원구조인데,  이런 사판업무 위주의 사찰운영구조와는 조금 맞지도 않을 뿐더러 너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종단 차원에서 새로운 사찰운영방안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사찰수입 또한 일정치 않아서, 지출에 대한 확고한 예산을 세우기도 불규칙해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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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만일염불정진대회 참가자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표충사는 이런저런 불교행사가 자주 개최되고 있다. 표충사는 다른 사찰과는 다르게 호국의 상징 같은 절이다. 그것은 사명대사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서산대사 기허대사의 영정도 함께 봉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국의 성사로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석장 대신 무기를 들고 왜적을 격퇴한 승장이셨다. 조정에서 이런 공훈에 보답하는 뜻에서 춘추제향을 모시도록 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호국성지라고 명명하고 있다. 사명대사의 혼이 서려 있는 호국성지 재악산 표충사는 이런 뜻에서 1029일 호국영령 고혼 조상천도 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주지 재임 중, 거의 대부분을 이 천도기도에 시간을 할애하고 정진해야 하는 수행을 스스로 만들어서 정진하고 있다.


 


호국성지 재악산 표충사에서(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