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기도법회와 밀양백중놀이

2020.11.27 표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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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기도법회와 밀양백중놀이


 


참으로 사찰 운영하기가 점점 힘든 시절이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최근 들어서 사찰마다 비상인 것 같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너무나 구태의연하게 신도관리를 해왔다.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았다. 겨우 축원 카드에 이름이나 올려놓는 것으로 만족했고, 4.8이나 동지 같은 불교 행사에 엽서나 보내는 것으로 신도관리를 해왔던 것이다. 타종교에 비교해서 심각성이 없었다. 이제야 이런 비합리적인 신도관리에 대해서 눈을 뜨고 막상 시작하려하니 신도 수 또한 예전 같지가 않다. 모든 일이란 미리미리 대비하는 준비성과 미래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튼 불교계로서는 이런 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만은 인정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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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목련존자가 지옥에 가서 음식을 주고 있는 그림.

 


이제 불교에서는 하안거가 마무리되었기에 연중 다가오는 행사로서는 백중이 큰 불교행사이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이다. 백중은 ‘우란분’에서 유래한 것인데 인도 범어(산스크리트) ‘울남바나’에 온 말인데,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에서 이런 말이 생겨났는데, 부처님 십대제자 가운데 한 분인 목련존자와 관련이 있다. 대승경전인 《불설보은봉분경(佛說報恩奉盆經)》에 의하면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 경은 일부가 실전되고, 나중에 중국 서진(西晉) 시대에 월지국 출신 축법호(竺法護)가 번역한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으로 한역되었다. 불교적 효도를 강조한 불교 경전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목건련(目犍連)은 신통제일의 제자인데 어느 날 목건련이 신통력을 가지고 천상천하를 살펴보니, 자기 어머니 청련(靑蓮)부인이 생전의 죄에 대한 업보로 아귀지옥에서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를 본 목건련이 가슴이 아파 음식을 마련하여 가지고 가서 드렸으나, 음식은 어머니의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뜨거운 불길로 변해 버렸다. 이 광경을 본 목건련은 대성통곡하며 부처에게 달려가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네 어머니가 지은 죄는 너무 무거워 너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시방(十方)에 계시는 대덕(大德)들의 힘을 빌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안거(安居)를 끝내고 참회 의식을 갖는 자자일(自咨日), 즉 7월 15일에 좋은 음식과 5가지 과일, 향촉과 의복으로 공양하라. 그러면 이 스님들의 힘으로 살아 있는 부모는 물론 7대의 선망(先亡) 부모와 친척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천상에서 장수를 누릴 것이다.”이로써 불가에서는 매년 안거가 끝나는 7월 15일에 우란분재를 드리게 되었다. 불교에서 보면, 이 우란불절(백중)은 매우 의의 있는 불교행사이지만, 요즘에 와서는 조상천도나 승배사상이 너무 강조되어 다소 기복성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도에서의 본래 뜻대로라면 스님들께 공양을 올려서 조상천도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생략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조상님들께 천도재를 지내는데 더 비중을 두게 되었다. 승려들을 접대하고 공양하여, 그 쌓은 공덕을 죽은 조상에게 돌림으로써 조상의 혼령이 고통스런 사후세계로부터 구제되기를 기원하는 불교 행사이지만, 일반신도님들은 이런 부분보다는 조상 천도 즉 제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런 신앙의례를 쉽게 전환시킨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사진2: 영남루 앞 삼문동 둔치 야외공연장에서 밀양백중놀이 정기공연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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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백중이란 민속의 세시풍속과 습합되어서 민간보다는 절에서 행해지게 되었다. 계절적으로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나와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놓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절에서는 재(齋)를 올리고 공양을 드렸으며, 민간에서는 100가지의 과실을 차려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모여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 중요무형문화재 68호인 ‘밀양백중놀이’는 밀양지방에서 무형문화재로서 보존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민간 풍속이었다. 밀양백중놀이는 머슴들이 7월 보름 경 진(辰)에 해당하는 날(용 날)을 택하여 지주(地主)들이 마련해준 술과 음식으로 하루를 즐겁게 노는 데서 연유한 두레 굿이기도 하다. 또한 가정에서는 한창 익은 과일을 따서 사당에 천신차례를 올리고 백중잔치를 한다. 백중을 전후로 장이 섰는데 이를 백중장이라 했다. 머슴이 있는 집에서는 이날 하루는 일손을 쉬고 머슴에게는 휴가와 돈을 주어 백중장에 가서 하루를 즐기도록 했다. 백중장이 성시를 이루면 씨름판과 장치기 등의 놀이도 펼쳐진다. 또한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집의 머슴을 소나 가마에 태워 마을을 돌면서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백중놀이가 밀양지방에서 보존되고 있다는 것은 표충사와도 무관치 않다고 보는데, 그래서 주지로서 정유년 우란분절법회(백중)를 표충사에서 맞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샹각하면서 백중 기도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백중 기도 회향은 윤달이 있어서 양력 9월 5일이 된다.


 


재악산 표충사에서(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