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천리순례 16일차] 느린 걸음 쉼 없이 움직여 호국선양도량 표충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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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96회 작성일 21-10-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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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뿌리는 빗속에 시작된 순례…불자들 응원받으며 정진
불은에 화답하고자 떠나온 길 느릴지언정 멈출 순 없어
“순례의 일심발원이 전법중흥을 이루고 이웃과 사회의 아픔을 사르는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용기와 희망으로 서로가 스승이기를 발원하오니 널리 섭수하시어 길을 밝혀 주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10월16일 삼보사찰 천리순례 16일차 새벽은 흩뿌리는 빗속에서 시작됐다. 쉼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금세 순례단을 적시었고, 곳곳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순례단의 발길을 더디게 했다. 그러나 삼보를 예경하며 불은에 화답하는 여정을 발원하며 떠나온 길이기에 느릴지언정 걸음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전날 숙영지에서 16일차 순례의 목적지인 표충사까지는 24km. 순례단은 경찰과 안전요원들의 보호 속에 어두운 빗길을 행선해 2시간여 만에 동국대 부속 홍제중학교에 도착했다. 전날 밀양에 도착하며 이어진 불자들의 환영과 응원은 이날도 계속됐다. 가장 먼저 홍제중에는 김웅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들이 순례단을 박수로 맞이했다.
김웅 교장은 “당초 1km 전 노천에서 아침공양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경남 유일의 종립학교인 홍제중학교로 모시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의 방문으로 좋은 기운을 받아 홍제중이 더욱 발전하고 학생 부족 등 현재의 어려움도 극복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단장면사무소 앞에는 신명사 신도 옥연화 불자가 새벽 6시부터 보이차를 준비해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연화 불자는 “힘든 순례길에 비까지 내려 따뜻한 차를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순례단이 언제 지나갈지 알 수가 없어 무작정 새벽부터 기다렸다”며 “스님과 불자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회향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른 아침 차를 공양하는 옥연화 불자에게 합장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표충사로 향하는 재악산 초입에 들어서자 태국, 중국, 스리랑카, 베트남, 미얀마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스님과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들이 “삼보사찰 천리순례 힘내세요” 구호를 외치며 박수와 환호로 순례단을 응원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구미 마하붓다사 지도법사 산트시리 스님은 “순례에 참여 중인 진호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의 많은 스님들이 이주민을 지원하고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분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들과 순례 중인 스님들을 응원하러 왔다”며 “우리들의 응원으로 조금 더 힘을 내 모두가 통도사에서 웃으며 회향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느린 발걸음을 쉼 없이 움직여 오전 10시 사명대사 호국선양도량 표충사에 도착했다. 표충사는 조계종 제15교구본사 통도사 말사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훈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표충사당이 있다. 원래 이곳에는 원효 스님이 창건한 죽림사가 있었으나, 신라 흥덕왕 때 황면선사가 재건하며 영정사로 바꿨다. 표충사라는 이름은 사명대사를 제향하는 사당을 영정사로 옮겨오면서 표충사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사찰에서 사당을 수호해 사(祠)가 사(寺)로 바뀐 것이다.
순례단은 서산, 사명, 기허대사의 진영을 모신 표충사당을 찾아 차를 올리고, 대광전 앞마당에서 16일 순례의 회향을 부처님께 고했다. 이 자리에는 호계원장 보광, 통도사 주지 현문, 전 주지 원산 스님 등이 함께했다.
표충사 주지 진각 스님은 “송광사를 출발해 큰 재를 넘고 강을 건너 비가 오는 가운데 이곳 표충사에 도착했다”며 “상월선원 천막결사 당시 사부대중의 응원이 있었기에 무탈하게 해제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사부대중의 원만회향을 위해 저와 표충사가 응원하고 모시겠다”고 인사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10월17일 해발 989m의 사자평을 넘어 불보종찰 통도사를 지척에 둔 울산으로 향한다.
한편 표충사는 이날 오후 표충사당 앞 특설무대에서 전통 호국음악 공연을 개최했다. 무대에는 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의정부시립무용단 ‘호국의 빛’, 이이화 ‘호국찬불가 보렴’, 행황협주곡 ‘비천의 향’, 홍승희 ‘날좀보소, 날좀보소’ 등 국악과 사물, 춤, 창작무용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출처: 법보신문 / 밀양=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