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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삼보사찰 천리순례 17일차] 마지막 고비 넘어…황금 물결 일렁인 사자평에서 위법망구를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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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표충사

조회 21회 작성일 21-10-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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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 밭 사이로 가사를 수한 순례단이 지나고 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17일차인 10월17일, 표충사 설법전 마당에서 천막 텐트에 의지해 하룻밤을 묵은 순례단이 오전5시 여명이 트기 전 산으로 향했다. 표충사 우화루 옆 흐르는 남계천을 따라 오르면 이번 순례 최대 난코스로 꼽히는 사자평 가는 길이 열린다. 고도 989m에 달하는 억새평원을 오르기 전, 하룻밤 새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기습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여내는 순례단 주위로 긴장이 감돌았다.

곳곳에 얼음 꽃이 핀 산길과 가파른 나무계단을 한참이나 번갈아 오르던 순례단 앞에 어느새 사자평(獅子坪)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최대 고산 습지인 사자평은 가지산과 사자봉 사이 고원지대 펼쳐진 광활한 평원으로 광평추파(廣坪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가지산이 있는 재약산 8경 중 첫 손에 꼽히는 곳이다.

표충사에서 천황산 서남쪽을 바라보면 험한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 생김이 마치 사자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천황산 사자봉’이라 했고 그 아래 평원에 나 있는 억새는 마치 사자의 갈기와 같다 해서 ‘사자평’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사자평은 사명대사와도 인연이 깊다. 조선시대 임란의 공신인 사명대사는 나라가 전란에 빠져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의병과 승군을 이끌고 억새 밭이 우거진 사자평으로 향했다. 은빛 물결 일렁이는 이 광활한 평원에서 사명대사는 의병과 승군을 훈련시키며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지켰다.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이 서린 이 드넓은 평원을 순례단은 두 발로 직접 걸었다. 솜처럼 하얀 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줄기와 잎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가을 파도 속으로 붉은색 가사를 수한 스님 뒤 순례 가사를 덧입은 재가자들이 따랐다. 300여 명이 한 줄 행렬을 이뤄 억새 물결 사이를 지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사자평
출발 전 표충사 대광전에 예불 하는 참가자들. 



사자평
사자평을 오르는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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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에서 아침 공양을 하는 순례단.



사자평
배내골로 내려가는 구간. 이날 일일 참가자만 200여 명이 몰렸다.



사자평
강을 건너는 순례단.



고된 여정을 걷는 순례단을 위해 ‘상월선원 만행결사’ 천막결사에 동참했던 9명 스님은 음성 공양을 하며 지천에 환상을 만들어냈다. 잦아든 바람 속 억새 사이로 소리꾼 장사익의 구성진 가락이, 진각스님과 제민스님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울렸다. 영남 알프스로 지칭되는 재약산 능선을 타고 울리는 노랫소리에 어느새 순례단 발걸음에도 힘이 실렸다.

드넓은 사자평 고원을 지나 능선 따라 한참을 걸어 배내골로 접어드니 한두사람이 지날 만한 좁은 등산로가 나왔다. 이른 새벽 추위와 싸우며 6시간의 행선을 이어온 순례단이지만 만면에 웃음 가득 발을 딛었다. 선지스님은 “수백년 전 사명대사가 걸었던 이 길을 순례 도반들과 함께 걸으니 가슴이 벅차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단 사부대중의 원력이 없었다면 어쩌면 한국불교사에 다시는 없을,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뤄지기 힘들었을 일”이라고 했다.

순례단을 위해 진각스님은 이날 차가 오르지 못하는 사자평까지 직접 지게를 지고 간식을 날랐다. 새벽 추위에 떨며 험난한 산길을 올랐을 순례단을 위해 표충사 신도들과 함께 준비한 따뜻한 찐빵을 지게 위에 올리고 평원을 올랐다. 진각스님은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하며 늘 받기만 해 미안했는데 순례 대중에게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뿌듯하다”며 “상월선원 만행결사가 자비순례와 천리순례로 이어지면서 감동을 전하는 현장을 보니 감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사명대사는 사자평을 넘나 들며 늘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 지리산, 팔공산, 태백산, 금강산 등 전국을 떠돌며 수행을 하면서도 위법망구의 정신을 잊지 않고 중생을 구제했다. 진리를 위하고 정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육신의 고달픔은 생각지 않는 것. 천리순례 시작 17일, 누적 이동 거리 400km. 삼보에 귀의하며 “이웃의 아픔을 사르는 길로 나아가겠다”는 천리순례단이 마지막 고비를 넘어 불보종찰 통도사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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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표충사를 출발한 순례단이 일출과 동시에 사자평 억새밭에 다다랐다. 뒤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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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을 받으며 억새밭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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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을 지나 점심공양장소인 배내고개 휴게소로 향하는 순례단. 뒤로 영남 알프스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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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 억새밭에 새벽에 도착한 회주 자승스님 눈썹에 기온차로 인해 얼음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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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맹추위 속에서도 장사익씨가 열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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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을 받은 억새밭이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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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에 따듯한 찐빵을 받은 순례단 1조가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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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주지 진각스님이 직접 지계를 지고 찐빵을 날랐다. 
 

울주=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